글쓰는 마음
- 2023.12.17 조회 3903 0 추천
- megagen
글 쓰는 사람이 그런 마음을 먹으면 글도 망하고 세상도 망해요.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어머니는 이제 글을 읽지도 못하는데, 마음이라도 편하시도록 네, 엄마, 그렇게 할게요, 그러고 말 걸 후회도 했지만, 어쩌면 저 대답은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의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문의 독자 대중은 범위가 너무 넓고,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어색했다. 세상에는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 하지만 나에겐 너무나 크게 들리는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를 듣고 쓰자. 그런데 목소리를 듣고 쓰기는 다른 곤란함을 야기한다. 이걸 써야 한다, 이것도 꼭 써야 한다, 목소리들이 싸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매번 칼럼 때마다 주제의 경합이 생겼다. 준비된 글을 안전하게 보낼 것인가, 아니면 지금 난입해 들어온 새로운 목소리로 주제를 바꿀 것인가. 대체로 아우성치는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조추첨 보여주는 시간까지 가디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써도 될까’를 생각하며 문장을 고칠 때마다 이런 것이 자기검열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어떻게 아셨을까. 이 강압에서 해방되는 길은 지배 언어를 거스르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의 언어로, 부자가 아니라 빈자의 언어로, 북반구가 아니라 남반구의 언어로, 인간만이 아니라 비인간 존재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우리는 자본의 언어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제3세력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양당체제가 실패했다는 것은 국민이 더 잘 안다. 거대 야당 민주당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전차나 다름 없다. 2024년 파리올림픽 종목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면 큰일 날 수도 있다. 168석의 과반의석을 앞세워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았다. 총선 지지표 결집을 위한 그들만의 포퓰리즘 법안에 대한 강행처리를 서슴지 않았다. 민주당은 국회 상당수 상임위에서 여당과 협의도 없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원전 상태계 복원 등 윤석열표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지역사랑상품권 등 이재명표 포퓰리즘 예산을 전면 부활시켰다. 대통령 탄핵을 빼곤 할 수 없는 게 없는 무소불위의 입법권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국민의힘은 무기력하다. 국민의힘이 극단적인 대결정치에 따른 정치 후퇴와 민생파탄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이다.선택을 앞둔 국민의 고민이 커지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민주당이 다시 입법부를 장악하면 입법과 예산폭주, 탄핵남발이 재연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임기 3년 이상을 남겨둔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식물정부로 전락할 것이다. 거꾸로 국민의힘이 입법부를 장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거야에 막혀 초반 임기 2년을 날린 여권은 국정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려 할 것이다. 결국 과반의석을 앞세워 힘으로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2023년 연말 시상식 일정 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대로는 위험할 수 있다. 국민이 신당 움직임 등 제3세력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패한 양당제에 다시 힘을 실을지, 제3의 길을 가볼지 선택은 결국 국민 몫이다.부산 엑스포 참패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국민에겐 실망과 충격을, 나라밖엔 국격의 실추라는 망신살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정부는 엑스포 유치를 위해 대통령과 총리·장관·기업 총수 등이 지구를 495바퀴(1989만1579㎞) 돌았고, 182개 국가의 대표급 인사 3472명을 만났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2035 엑스포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한국이 엑스포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는 대세론을 굳힌 상태였다. 울버햄튼 웨스트햄 중계 하는 과정을 녹화해서 보여주겠다고 말하는걸 간신히 막았다. 장성민 특사 겸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이 47개국 정상을 만났고 상당수 중립 성향 국가들이 부산 지지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나타냈다”며 “엑스포 유치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주장했다. 부산을 글로벌 자유무역항으로 성장시키려는 대통령의 열망과 신념이 엑스포 유치전의 밑거름이 됐다”고 낙관론을 폈다. 구두 지지나 외교 서한을 보내온 국가가 50개국 이상이라는 분석이 대통령실에 보고됐고, 결선투표에서 로마를 찍었던 표와 리야드 이탈표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유치전에 관여한 정부·기업 실무자들 사이엔 “열세라고 판단한 현장 보고서가 위로 올라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라거나 “제대로 뛰어보지도 않고 비관적 보고를 한다는 질책이 떨어지니, 좀 더 노력하면 상대국이 부산을 지지할 의향이 있는 것처럼 여지를 두고 보고서를 쓰게 된다”는 볼멘 얘기가 나왔다. 엑스포 유치위와 산자부·외교부·국정원 등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특히 해외 정보망을 통한 냉철한 정세 분석을 해야 했을 국정원이 유치전이 한창일 때 지휘부 간 알력 다툼으로 분란에 휩싸였다는 건 뼈아픈 대목이다. PSG 릴 중계 안해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에 설치된 부산 엑스포 유치 특임기구의 운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부산 엑스포 유치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대통령실에 미래전략기획관실을 신설, 장성민 전 의원을 기획관에 임명했다. 전략을 짜고 정보를 수집·평가하고 대통령 보고까지 하게 되면서 사실상의 컨트롤타워처럼 인식됐다. 한국 지지 국가가 늘고 있다”(장 전 기획관)는 아프리카 출장 보고를 듣고 “엑스포 유치 현황과 전략을 국무위원들에게 설명하는 게 어떠냐”고 했을 만큼 힘을 실어줬다. 이번에 우리를 밀어주면 다음에 도와준다는 약속하에 철저히 기브 앤드 테이크(주고받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냉철한 상황 파악을 못 하면 쉽게 오판할 수 있다”며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과 실제 표가 오가는 건 전혀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엑스포 유치에 대한 집념과 의욕이 앞서 객관적 정세 판단을 흐리게 하는 집단 사고의 오류에 빠진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엑스포 유치전 와중에 사우디와의 이면 합의 빅딜 설이 흘러나오면서 혼선을 빚은 것도 미스터리다. 바이에른 뮌헨 슈투트가르트 중계 일정을 순조롭게 마치지 못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서울올림픽 유치 당시 국회 문공위원장을 지낸 이영일 전 의원은 “과거엔 장관·수석이 자신이 대통령인 것처럼 뛰었다”며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서 대통령이 제대로 된 보좌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2035년 엑스포 유치를 노리는 중국은 ‘2025 오사카-2030 부산’ 구도는 부담이다.최근 조달청은 기업 성장을 위해 공공판로 지원에 더해 정책금융기관과 손잡고 금융 및 투자자금 지원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조달청은 연간 200조원에 달하는 공공조달이 중소기업의 전략적 판로가 되도록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조달제도를 운영한다. 먼저 기술혁신형 기업들이 실험실 연구 결과를 활용해 만든 제품을 엄선, 혁신제품으로 지정하고 공공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한다. 월등한 기술 발전을 이룬 기업이라면 프리미엄급으로 인정받는 우수조달물품 시장에 진출해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얻는다.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경제 상황에서는 공공판로 지원만으로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약속하기는 부족하다. 현역가왕 인기투표 하는 방법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모아야만 한다. 제품을 팔아도 여윳돈이 생기지 않아 기술개발 여력을 좀처럼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이러한 때 공공조달과 정책금융이 힘을 합친다면 기술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확실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공공조달시장의 창업·벤처기업과 기술기업들이 벤처투자자와 성공적으로 연결된다면 투자유치와 공공판로 확대라는 날개를 얻게 되는 것이다.조달청은 이러한 아이디어 실현을 위해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기술보증기금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책금융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뚫고 우리 기업이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할 수 있도록 공공조달과 정책금융이 기술혁신형 기업들의 튼튼한 날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충북 증평군에 가면 죽리마을이 있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낡은 마을 창고 외벽에 멋진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다.마을로 들어서자 집집마다 담벽과 외벽에 그려진 그림이 멋지다. 이 마을로 귀촌한 배우는 가끔 주민들을 위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 2024년 손없는날 이사 가기 좋은 날이 언제인지 보고 떠나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활동할 것 같다. 2013년 이장이 된 그는 마을 바꾸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지자체 협조를 받아 주민들과 함께 꽃길을 조성하고, 빈집을 허물기 위해 주인들과 협의를 시작했다. 이장은 기대에 부응해 집을 허문 자리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했다. 마을로 내려오는 외지인들을 위한 귀농인의 집 6채를 짓고, 공용 주차장과 공원 등을 조성했다. 마을 수익사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소시지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기 시작했다.그사이 주민은 20% 가까이 늘었고, 알음알음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연간 7000여 명이 이곳을 방문한다. 이장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인들이 찾는 마을 만들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죽리마을의 기적을 보면서 리더의 역할에 새삼 주목하게 된다. 돈으로 끌어들인 주민은 지원이 끊기면 마을을 떠나게 된다.농촌 소멸 문제는 정책적 예산 지원에 앞서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야만 해결될 수 있음을 죽리마을이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1993년 대전성모병원 근무를 시작해 개원 54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30주년 장기근속상을 받았다. 手(손 수) 자와 目(눈 목) 자가 결합해 눈 위에 손을 올려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각자 맡은 몫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하므로 우리는 늘 긴장하고 수시로 움직이며 환자 옆을 지켜야 한다. 주 3회 반복되는 투석 치료는 자칫 환자를 지치게 하고 낙담시킨다. 기후동행카드 대중교통 같은 걸로 할인을 받지 않으면 생활이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 투석 간호에서도 환자가 용기를 잃지 않도록 신뢰를 주고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울러 법과 제도가 잘 정비되고 마무리돼 간호사의 사회적 역할이 증대돼 봉사와 기여로 인한 보람이 더 커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병원이라는 '사회적 둥지'를 통해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한다. 환자를 중심으로 너와 나 동료란 이름으로 함께 한다는 것이다. 30여 년을 달려왔듯이 앞으로 주어진 시간도 환자 곁에서 돌봄을 실천하길 소망하며 대흥동 64번 길 겨울날은 점차 깊어져 간다. 크리스마스 즈음 TV에 자주 나오는 영화 가운데 하나가 '노팅 힐'(Notting Hill)이다. 얼떨결에 남주인공 가족의 생일 파티에 초대된 여배우의 넋두리부터 그렇다. 가장 불쌍한 인생에게 마지막 브라우니 조각을 양보하자는 제안에 선뜻 자신의 민낯을 낯선 이들 앞에 드러낸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불쌍한 인생 호소인'들이 넘쳐난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4명이 앞다퉈 불출마를 선언하는 동안에도 용퇴 의사를 밝히거나 험지 출마를 선언한 '솔직한' 초선이 아직 한 명도 없다. 가장 가관인 것은 그동안 시련을 많이 겪었다며 출마를 준비 중인 이른바 '올드 보이'들이다. 2024년 기초연금 대상 자격이 없다면서 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예비후보 등록까지 마쳤다.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때만 되면 등장하는 정당들의 혁신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에 유권자들의 절망은 깊어진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는 물론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야당은 그렇다 치고 국민의힘은 더 절박해져야 한다. 마지막 브라우니를 먹으려면 하소연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공정과 상식이란 시대적 사명에 화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