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 2023.08.14 조회 4747 0 추천
- megagen
외조부의 침묵은 고통을 견디는 방식일지도 모른다고 나중에 생각했다. 트럭에 올라탄 외조부를 발견하고는 ‘어딜 가냐, 언제 오냐’고 물었더니 ‘오래 안 걸린다’는 답을 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1년이 넘도록 외조부와 마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했는데 외조부는 포탄 파편을 맞아 후방으로 이송 되면서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였다.하지만 냉전이라는 국제 질서 속에 광복은 분단과 전쟁의 시발점이었다. 축구 중계 보면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게 됐다. 많은 이들이 꿈에 그리던 광복을 맞이하고도 그 기회를 살리기는커녕 한반도 최대 비극인 6·25 전쟁으로 치닫게 됐는지, 학교에서 광복과 이후 시대를 배울 때 굉장히 의아했고 화가 치밀기까지 했다. 치열했던 항일의 역사와 외조부모를 비롯해 전쟁과 전후 많은 이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UFC 중계 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선명성이 부족한 이들은 세력을 모으기 힘든 것인지, 양극단에 서 있던 이들이 정국의 중심축이 됐고 여운형이 암살되면서 좌우합작운동은 흐지부지됐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탈 냉전 시대를 맞은 지 불과 30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다시 우리는 냉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는 열강의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국가가 엄청난 불행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우리는 안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아니라고 소리쳐도 소용 없다. 그 경험이 신 냉전 시대를 넘는 지혜로 확장되길 광복절을 맞아 다시 한번 간절하게 바란다. 1980년대 중반, 청와대 바로 옆 고등학교에 다녔다. 한 멤버는 팬 커뮤니티 사이트에 ‘(국가의) 부름을 받고’라는 표현을 썼다. 방탄소년단(BTS) 차출 압력에 시달리던 하이브는 걸그룹 ‘뉴진스’를 무대에 올렸다. 미트윌란 중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는걸 알 수 있다. 8억원어치 BTS 포토카드 세트도 기부했다. 기획재정부는 산하 공공기관에서 1000명을 차출해 K팝 콘서트에 오고가는 잼버리 참가자들의 인솔자 노릇을 떠안겼다. 그러나 잼버리 파행은 외환위기 같은 국난이 아니다. SBS의 한 기자가 “사이비 국가주의”라는 표현을 썼는데, 공감한다. 토론토 시카고 컵스 중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외려 ‘자발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관제 동원’의 그림자만 짙어졌을 뿐이다. 달리기 하던 중학생이 흉기 소지자로 오인, 연행되는 과정에서 다친 사건은 징후적이다. 시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민의 안전을 헌신짝 취급한 것이다. 광주은행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받는다는 소리에 기분이 나아질리가 없다. 윤석열 정권은 그냥 게으를 뿐이다. 무능과 퇴행은 둘이 아니다. 구명조끼조차 없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순직한 채수근 상병 사건은 그 자체로 가슴아픈 일이다. 퇴행의 징후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잼버리 참가자들의 안전을 강조하고, 윤희근 경찰청장이 사상 첫 특별 치안활동을 선포할 때 더욱 뚜렷해졌다. 50년 만기 주담대 신청 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나는 불심검문을 당하게 되면, 신분증을 제시하는 대신 경찰관의 공무원증을 요구하겠다. 기어코 신분증을 내놓으라면 차라리 경찰서까지 동행하고 말겠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최악의 평가를 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부실한 화장실 관리다.‘내 탓이오’ 윤리적 결단이 먼저한 사람이 2곳을 관리해야 정상인데 10곳을 담당하다 보니 벌어진 소동이다. 토스 대출갈아타기 전략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잼버리 참가자들은 돈 없고 ‘빽’ 없는 훈련병이 아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그리고 한류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일류국가 코리아의 이미지는 추락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이 잼버리 대회를 유치해 지지부진한 새만금의 인프라 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한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행사를 성공시키겠다는 생각도 없이 2조원이 넘는 예산만 노렸다면 토건세력과 결탁한 고의범으로 정죄(定罪)해야 한다. 근로장려금 산정표 보면서 어떤 고민을 더 해야할지 모르겠다. 새만금의 3분의 1에 불과한 예산으로 대회를 성공시켰다. 반면에 새만금 잼버리는 해수가 유통되는 267만 평의 해창 갯벌을 대회 장소로 정했다. 그러니 물이 안 빠지고 염분이 남아 나무가 자랄 수 없었다. 지방정부가 “잼버리 영지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겠다”고 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근로장려금 모의계산 때랑은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지방권력은 “잼버리 행사를 위해 국제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비행장은 아직 착공도 하지 않았다. 5인 공동조직위원장 중 세 사람이 현직 장관이지만 컨트롤 타워는 없었다. 김대중은 의정활동을 시작한 1963년부터 지자제 실시를 줄기차게 촉구했다. 그러나 김대중은 1998년 대통령이 된 뒤에는 타락한 지방자치에 실망했다. 이렇게 세 겹의 시간대가 착종(錯綜)돼 있는 곳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괴물이다.”(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바로 우리의 실존적 상황이다. 먼저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공동체의 윤리적 결단과 고해성사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