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접을 때가 되어서 하는 말인데...
  • 2017.11.11 | 조회 16754 | 추천 6
  • 카르짱

< 주의 : 글이 엄청 깁니다. >




2년 정도 하면서 만렙도 찍어봤고 1만승 가까이도 해 봤고, 이만하면 제법 여가 잘 때웠죠.


하지만 재미 < 스트레스 가 되는 순간 그 게임은 할 가치가 없는 거죠. ㅋ


이제 쌓아놓은 아템 (홀짝만 하더라도 잘 안 쓰다보니 3천개 넘게 쌓였;;;)은 좀 팍팍 써보고 슬슬 접을 때인데, 갈때 가더라도 몇 가지 이야기를 풀어놓고자 합니다.



1. 라이트 유저보다는 헤비 유저를 중시하는 건 수익성 차원에서 당연합니다. 즐기고자 하는 만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고, 오히려 철없이 공짜 타령만 하는 사람들이 문제일 수도 있죠. 그리고 대체적으로, 이 게임이 저같은 라이트 유저 (라고 쓰고 돈 안쓰는 불량고객)에게 푸는 것이 그리 모자라진 않습니다.







제 캐릭 화면입니다. 들인 돈은... 되짚건데 아마 10만원은 넘지 않았을 겁니다. 나머지는 미션, 황금사원, 복지기금으로 틈틈히 들어온 마블로 여기까지 키워냈습니다. S급에는 못 미치지만 잡템은 양학할 정도가 되겠죠. 즉, 꾸준히만 해 준다면 공짜로 주는 것만으로도 라이트 유저가 여기까지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트 유저에게 푸는 것은 약하지 않습니다. 이 점은 정액제 혹은 거래가 되는 타 게임 대비 감사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월 100만씩 꾸준히 써주는 헤비 유저가 100명만 되어도 그 게임은 헤비 유저를 위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짜 유저들이 직원들 월급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 처지에 되려 시끄럽기 일쑤고... 저 같아도 헤비 유저를 위해주겠어요.


사실 이건 모든 게임... 아니 모든 '사업' 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2. 그런데 말입니다.  위에 적은 사실이, 게임의 '수명' 에 그렇게 기여하진 않는다는 점 역시 사실입니다. 


물론 다른 바구니의 계란이 부화할 수도 있고, 영원한 게임은 어디에도 없으니 언젠가는 섭폐쇄를 할 때가 오겠죠. 모마가 다른 게임으로 진화한다던지 하는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부루마블은 부루마블일 뿐이죠.)


하지만 헤비 유저에게 너무 몰빵해서 라이트 유저가 '성장'도 아니고 '게임에서 재미를 느낄' 확률을 줄여버린다면, 돈은 충분히 벌겠지만 그 시장은 차츰 줄어듭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3. ...여러분은 인생보다 게임이 공정하다 느낄 때가 한 번씩 있을 겁니다. 노력한 만큼 보상이 '눈에 띄게' 들어오고,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파라미터 등으로 '직관적으로' 알수도 있고, 특히 여러분 대부분의 다소 지루하고 하찮기 쉬운 그런 인생보다는 (비하가 아닙니다. 자조랄까요...ㅋ), 당연히 게임이 더 재미있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게임은 여러분의 노력보다는 욕망 (나만 잘나고 싶은... 솔직히 그렇잖아요?)에 더 충실하고, 졸부가 펑펑 쓰는 돈에 비난이 집중되는 현실보다 더욱 현질에 취약하고, 무엇보다 현실에서보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으로 흐르기 쉬운, 일견 공정해보이지만 사실은  더욱 불공정해지기 쉬운 세상입니다.


현실에서야, 내 욕망도 마음껏 펼치기 힘들지만 타인의 그릇된 욕망 역시 사회적 제제가 주어지니 그로 인한 피해 역시 어느 정도 상쇄됩니다. 재벌 회장이 일반인을 해치는 경우는 다소 부족하지만 법이 보호하고, 우리 주변에 조폭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직접 맞을 일은 거의 없지요. 사법기관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게임에서는, 현질한 사람들이 거의 모든 것을 가져갑니다. 대부분 양민일 여러분은 풀템 떡질한 최상급 유저를 매칭에서 만나면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물론 그들도 현실에서 열심히 일한 돈으로 게임 아템을 사 강해진 거지만, 그런 덕에 게임상에서는 손도 발도 못 대는, 현실 재벌 따위와는 비교도 못할 이른바 신적 존재가 되어버리는 거죠.  


...게임이 현실보다 훨씬 불공정한, 그리고 망하기 쉬운 이유랍니다. 신이 이렇게 많이 탄생할 수 있고, 인생은 접을 수 없지만 게임은 접을 수 있기에.


4. 그래서 대부분의 게임은 헤비 유저를 위하지만, 또한 밸런스를 지나치게 해치지 않고자 노력합니다. 헤비 유저 중에서도 급수는 있습니다. 한 달에 100만원 쓰는 유저는 200만원 쓰는 유저를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이기려면 300만원 써야 하는 거죠.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수익이 상승 그래프를 그립니다. 하지만 그들조차 '현질' 에 지치는 순간 게임이 망하는 거에요.


5. 모마가 오래 가든 말든, 전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고작 10만원 들인 게임이니까요. 반면, 2년 들인 게임으로는 되도록 오래 갔으면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내가 몸담았던 조직, 세상, 인생이니까요. 날 차버린 여자 따윈 어찌 되든 상관없지만, 그래도 죽으면 꿈자리가 사나울 거니까요.


6. 앞으로도 모마는 헤비 유저를 위한 신템을 매달 내놓을 것이고, 그걸 사기 위해 유저들은 기백만원을 쓸 것이며, 그들만의 리그로 흘러가겠죠.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이건 수익 창출을 위한 당연한 방침입니다. 다만 너무 갈 때까지 가버린 지금에 이르러서는, 저는 모마가 이제 이 사업을 종료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기기 위한 유저는 남고 즐기는 유저는 사라지면, 앞서 말한 이유로 과금에 지치는 헤비 유저가 양산될테니까요.


7. 하지만 제 생각과는 달리 모마 사업자, 넷마블이 이 게임을 좀 더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그리고 저는 슬슬 나가지만 남은 분들이 그래도 애정을 갖고, 재미를 위해서 하고 싶으시다면, 나가는 처지에 몇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이 게임은 현재까지는 충분히 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망합니다. 그저 공짜템 좀 풀어서 (그 쥐약에 홀린) 라이트 유저를 잡아두는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수명을 늘리는 방법 되겠습니다.



제안 1. 매칭을 승률에 따라 합시다.


퀘스트나 이벤트를 위해 돌리는 제 유일한 부캐는 승률이 10%입니다. 하지만 70%대의 제 본캐와 매칭이 됩니다. 왜냐고요? 컴이 두대가 동시에 게임 스타트를 하면 승률 따위 상관없이 매칭이 되요. 그말인즉슨 모마가 주장해온 소위 개선된 매칭 시스템은 사실 허상이고, 그저 '시작' 을 누른 유저끼리 다른 사람이 없으면 서로 만난다는 이야깁니다.


...솔직히 이걸로 부캐에게 하루 6회 주는 공짜 마블, 본캐가 좀 빨아먹었습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요.


타 게임은 고렙존 저렙존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만날 일을 줄여주어 저렙이 클 여지를 남겨놓고, 고렙 역시 고렙존에서 살아남으려먼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유저와 게임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그런 선순환 구조가 있습니다. 하지만 마블은 후자는 있는데 전자가 없습니다.


그럼 이제 템 빼고 양학, 아니면 그저 아템을 발라서 양학할 생각밖에 남지 않는 겁니다. 제가 돈을 들일 생각이라면 역시 같은 유혹에 빠집니다. 저렙이 죽어버리는 이유입니다.


그런 고로 승률 20% 이상 차이나면, 차라리 몇 시간이고 매칭이 되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은 너무 구분이 없어요. 고작 보유 마블이잖아요. 그러니 초보가 돈 좀 모으려해도 모이질 않는 거에요.


...위에 나열한 제 템으로는 양민 학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어쩔 수 없이 양민 매치 되면 어쩐지 미안합니다. 일부러 져줄수도, 또한 봐주면서 하는 것도 상대에 대한 모욕이지만 무엇보다 긴장하고 하는 그런 재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손도 못 대는 유저를 만나면 이 30턴을 내가 무슨 재미로 하는가, 그런 생각만 듭니다. 물론 어쩌다 이길 수도 있겠죠. 하지만 보통은 머리 굴리는 것이 아닌 뽀록인 거,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도 고민하고 겜 하고 싶었어요. ...이젠 늦었지만요.


제안 2. 이미 게임은 행템 싸움이 되었고, 팔아놓은 아이템 역시 어쩔 수 없지요. 생각없이 만든 템도 눈에 보입니다. 차츰 면제 효과는 기본이요, 이번 부두 인형처럼 '너 등신'으로 만드는 말도 안 되는 템도 있지요. 그러니 면제 템으로 도배를 하면, 비록 각각은 3,40% 확률이지만 결국은 뭐가 터져도 터져서 실제로 거의 데미지를 입지 않는 막장 상황이 벌어집니다.


애당초 확률이 높은 것은 제외하고, 이 상황을 완화하자면 옵션 하나만 꾸준히 유지해주면 됩니다.


 "주사위 굴림 후" 입니다. 이 옵션만 면제템에 붙어도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


모마는 주사위를 굴리는 게임입니다. 이게 기본입니다. 여기서 전략이 발생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홀짝도 쓰게 됩니다.


지금은 세계 여행 가도, 그냥 남의 집에 막 들어갑니다. 왜냐, 2~3개씩 발라놓은 면제템이 뭐가 터지더라도 터지니까요. 주사위 굴림 후가 아니니까요. 호박 손 대셨죠? ...다른 것도 좀 해보시길 바랍니다.


3. 중복 템은 집어넣을 수 없으면서 중복 효과는 가능한 건 좀... 면제템 여행템, 그렇게 카테고리로 구분해서 하나씩만 집어넣게 해도 위와 같은 짓 못합니다. 게임의 재미 중 가장 큰 의외성도 늘어납니다.


4. 회사의 수익을 위해 지금처럼 행템 고정 판매가 아닌 부분 정액제를 추천합니다. '쉽게 이길 수는 없지만 쉽게 당하지도 않는' '이기려고 애쓰고 고민하는 게임' 을 할 수 있다면, 월 만원 정도 꾸준히 돈낼 사람 없지 않습니다. 뭐. 방식까지 고민해주기에는 제가 모마에 월급받는 것도 아니고...


5. 마지막으로,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충분히 재미있었어요.


* 긴 글 눈 빠지게 읽은 분들께도 감사를...